'제주 라프' 참여한 브루스 먼로…4년 작업해 오름·워터타워 완성 "제주 바람서 큰 영감…치유·용서 담았다""1960년대 히피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지만, 우리는 다 함께 위험한 세상이 아닌 좋은 세상을 만들어야 해요. 트럼프도, 푸틴도 이러한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물론, 그들이 안 들을 것이란 점을 알지만요." 11일 오후 성균관대 국제관에서 만난 브루스 먼로(59)는 설치미술가보다는 윤리학자에 가까웠다. 성경을 떠올리게 하는 두툼한 공책은 그가 손에서 놓지 않는다는 스케치북이라고 했다. 작가는 간담회 내내 스케치북을 여러 차례 뒤적이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예술의 힘을 강조했다. 먼로는 '빛의 풍경화가'로 불린다. '필드 오브 라이트'(Field of Light) '씨디씨'(CDSea) 등 수천, 수만 개 조명을 이용한 대규모 야외 설치 작업으로 명성을 얻었다. 유럽과 미주에서 주로 활동해온 작가는 27일 조천읍 일대에서 개막하는 제주라이트아트페스타(제주 라프)에 참여하면서 아시아에 처음으로 작품을 선보인다. 대표작 '오름'은 3만 평의 땅에 2만1천500개에 달하는 바람개비를 심은 작업이다. 제주에 어둠이 내리면, 광섬유 발광 장치를 단 수만 개의 바람개비가 마음 가는 대로 흔들린다. 이들 바람개비는 먼바다의 고깃배 집어등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오름'은 호주 울룰루에서 선보인 형식의 작업을 제주에 맞게 변형한 것이다. 작가는 1980년대 영국에서 미대를 졸업한 뒤 호주로 떠났다. 울룰루에서 목격한 붉은 대자연은 그가 조명 예술 작업을 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빛의 풍경화가'로 불리는 영국 작가 브루스 먼로 '빛의 풍경화가'로 불리는 영국 작가 브루스 먼로 (서울=연합뉴스) 영국 설치미술가 브루스 먼로가 11일 오후 서울 성균관대 국제관에서 열린 제주 라프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2018.7.11. [제주 라프 제공=연합뉴스] photo@yna.co.kr "풍경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을 제게 안겨줘요. 어떠한 힘이 있다고나 할까요. 제주에 왔을 때 울룰루에서 느낀 것과 비슷한 감정을 느꼈어요. 저 자신의 존재를 덜 인식하게 되고 그 풍경과 연결된 듯한 그런 느낌 말입니다. 오름은 그런 제주에서도 굉장히 특별한 곳이죠." 제주 라프와 협의차 2014년 제주를 처음 방문한 작가는 거센 바람에 특히 매료됐다. '오름' 상징물로 바람개비를 떠올린 것은 그 때문이다. 그는 여러 차례 방한해 장소를 물색한 끝에 차밭을 무대로 낙점했다. 작가는 "차밭에서 식물들을 일정 부분 제거한 뒤 '빛의 씨앗'을 심었다"라면서 "제주의 강풍에 바람개비들이 날아가선 안 되기에 여러 차례 실험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오름'과 재활용 생수병으로 완성한 '워터타워' 두 작품을 통해 작가가 전하고 싶은 것은 치유와 용서의 메시지다. 작가는 첫 방한 3개월 전 한국에서 발생한 비극을 잘 알고 있다면서 세월호 사건을 언급했다. "예술 작품에는 무엇인가 바꾸는 힘, 공간이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우리는 위험한 세상에 살고 있고, 위험한 일들은 계속 일어나고 있어요. 우리가 다 같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야 하고, 예술 작품을 통해서 이런 일이 조금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